학교별 내진성능 확보 여부가 ‘비공개’?…”사회적 파장 있을까” 황당 설명

[앵커]

전북 부안에서 규모 4.8 지진이 일어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당시에 학교 시설 피해도 보고되면서 내진설계 여부에도 관심이 모였는데요.

학교 내진설계 여부, 일반인은 알 길이 없다고 합니다.

학생들 안전에 직결된 정보인데 말입니다.

안주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달 12일 오전 8시 26분.

공원을 비추던 CCTV가 요동칩니다.

인근 도로도, 면사무소 주차장도 크게 흔들립니다.

학생들은 부리나케 학교 건물을 빠져나갑니다.

이날 전북 부안에 리히터 규모 4.8의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이 지진으로 학교 건물에 균열이 생기는 등의 피해가 전북뿐 아니라 거리가 있는 대전에서도 발생했습니다.

[ 중학생 “저희 반 자체가 아예 이렇게 흔들리기도 했어요. 책상 자체가…” ]

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이달 초에도 규모 2.3의 여진이 발생하는 등 위협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경북 경주에서, 2017년에는 포항에서 규모 5를 넘는 지진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더 이상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선언됐고, 이윽고는 수능시험 날짜가 밀리기도 했습니다.

[ 김상곤 / 당시 교육부 장관 (2017년 11월 15일) “포항 지역의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귀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2018학년도 수능시험을 일주일 연기한 11월 23일에 시행하기로…” ]

학생들의 일상에 지진이 영향을 미친 사례.

이후로도 한국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 계속되는데, 과연 학생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는 안전할까.

▲ “내진 서둘러야” 지적 계속돼 왔다

학교가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는 지적은 수 년 전부터 계속 있어 왔습니다.

[ 강민정 / 당시 국회 교육위 의원 (2022년 10월 12일) “자료를 받아 보니까 우리 학교 시설 중에 내진 성능이 제대로 확보된 데가 의외로 많지 않고… ” ]
[ 하윤수 / 부산교육감 (2022년 10월 12일) “부산은 지금 73.2% (내진 성능 확보) 되어 있고…” ]
[ 강민정 / 당시 국회 교육위 의원 (2022년 10월 12일) “28%. 그러니까 열 개 학교 중에 세 개 학교는 안전하지 않다. 지진이 만약 일어난다면.” ]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학교의 내진성능 확보율은 70.2%입니다.

지난 2008년, 전국에 내진 설계된 학교가 13.2%에 불과했던 걸 생각하면 15년 만에 내진율이 괄목할 만큼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그새 비교적 큰 규모의 지진이 내륙에서 일어나는 일도 늘었습니다.

▲ 우리 학교는 안전할까…당국 “안알랴줌(?!)”

더 큰 문제는 각 학교의 내진성능 확보 여부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취재진은 개별 교육청에 각 학교별 내진성능 확보 여부를 물었습니다.

내진이 된 학교의 수를 알 수 있었을 뿐, 학교별 확보 여부는 비공개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물론 재학생 학부모가 민원을 넣으면 알려줄 수 있다고 단서는 달았지만, 그마저도 교육청 또는 학교의 재량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전국 70% 학교가 내진성능을 가졌다지만, 정작 나 또는 내 자녀가 다니는 학교 혹은 다니게 될 학교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지 여부를 알 수 없으니, 지진이 났을 때 학교 건물이 안전한지가 70%짜리 복불복에 지나지 않는 상황입니다.

▲ “불안해할까 봐” “민원 쏟아질까 봐” 이유도 황당

학생의 안전과 직결된 ‘내진 여부’가 왜 비공개여야만 할까.

2016년 경주 지진 직후, 국정감사에 불려나온 교육부 관계자는 의원 질의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 김병욱 / 당시 국회 교육위 의원 (2016년 9월 28일) “(내진 확보 여부를) 알아야지 대피를 할 거 아닙니까. 특히나 우리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학교에서 (지진을) 대비하기 위해서 공개를 해야 하는데 교육부에서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왜 공개를 안 하는 거죠?” ]
[ 공병영 / 당시 교육부 교육안전정보국장 (2016년 9월 28일) “개별 학교들은 알고 있습니다만 그걸 대외적으로 공개했을 때 오히려 불안감이 더 조성되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
[ 김병욱 / 당시 국회 교육위 의원 (2016년 9월 28일) “어차피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건 다 알려진 거잖아요. 뭐가 불안하다는 거죠?” ]

수차례 강한 지진을 겪은 지금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교육청의 설명은 2016년도 교육부의 설명과 마찬가지로 황당합니다.

취재진은 지난해 튀르키예 지진 직후, 한 교육청에 학교별 내진 확보 여부가 왜 비공개인지 물었는데 이런 답변을 들었습니다.

[ 모 교육청 관계자 / 지난해 2월 통화 “저희가 학교(별 내진성능 확보 여부)는 말씀드리기가 어려워요. 왜냐하면 저희가 데이터는 갖고 있는데 학부모들이 동요할 수 있습니다.” ]

올해 전북 부안 지진 직후 한번 더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는 민원이 들어올까 우려합니다.

[ 모 교육청 관계자 “만약에 내진 보강이 된 학교랑 안 된 학교가 공개될 경우에 사회적 파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중앙정부 정책에 의해서 2029년까지 모든 학교를 다 하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 학교는 왜 안 하냐’ 하고 몰릴 수도 있고요.” ]

아이러니하게도, 불안해할 수 있으니 아예 공개를 안 한다는 것.

[ 강민정 / 전 국회의원 “관료행정의 관성이나 폐해 같은 거죠. 사실 당사자들한테는 안전과 관련된 정보는 필수 정보 중에 하나기 때문에 언제든지 궁금할 때 확인이 될 수 있도록 공개를 상시 해 놓는 게 맞는데… 일을 추진하는, 책임을 져야 하는 행정기관 입장에서는 내진 공사에 대한 요구가 빗발칠 수도 있고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은데.” ]

정부는 오는 2029년까지 전국 모든 학교의 내진성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그전까지 학생 개개인이 자기 학교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지를 알 수 있는지는, 교육청이나 학교 마음에 달린 황당한 상황입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잠재울 방법이 비공개에 부치는 것만은 아닐 겁니다.

YNP 안주현입니다.


[앵커]
이 내용 취재한 안주현 기자가 제 옆에 나와 있습니다.
안 기자.
내진율은 공개가 되는데 내진이 확보된 학교의 이름, 그 목록은 공개를 못 한다는 거죠?
이게 어떤 규정 때문에 그렇습니까?

[기자]
저도 그거 궁금해서 물어봤거든요. 그런데 딱히 규정 없답니다. 법적으로도 없고 내부 규정도 딱히 마련돼 있는, 글자로 딱 적혀 있는 건 없답니다. 다만 아까 리포트에서 봤다시피, 뭐, 민원이 들어올까 봐, 아니면 학부모가 불안할까 봐, 이런 이유를 들면서 자체적으로 판단을 해서 공개를 안 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일반인들이 내진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 없는 겁니까?

[기자]
있기는 합니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직접 전화해서 우리 학교 내진설계 돼 있나요, 이렇게 물어보면 알려는 준답니다. 다만 이게 학교나 교육청 마음이잖아요, 알려주고 안 알려주고는. 그렇기 때문에 좀 불확실하다는 점도 있고요. 또, 안전 관련 정보인데 이거 한번 전화할 때 연락처도 찾아야 하고 전화도 해야 하고 알려주는 입장에서도 담당자 나와야 하고 또 막 자료 찾아야 하고. 이거 알려주는 거 하나에 엄청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들어가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알 수는 있는데 많이 복잡합니다.

[앵커]
건물을 보고 한눈에 내진 여부를 알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뭐 방법이 없겠습니까?

[기자]
일단 건물이 지어진 연도를 보면 됩니다. 2005년 이후에 지어진 3층 이상이나, 2017년 이후에 지어진 2층 이상 건물은 내진설계가 의무화됐기 때문에, 그 이후에 지어진 건물이다 하면은 우리 학교는 내진설계가 돼 있구나 이렇게 생각을 할 수가 있습니다. 다만 그 전에 지어졌다, 그러면 내진설계가 안 돼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보강공사라는 걸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있는 건물에다가 기둥을 추가로 박는다든지 이런 식으로 해서 구조물을 추가로 넣어서 내진 성능을 확보하는 겁니다. 보통 이렇게 공사를 하게 되면 외부에 구조물이 튀어나오게 돼 있거든요. 네이버에다가 내진 보강공사 검색하면 업체에서 올려놓은 사진 같은 거 보면 이게 그 구조물이구나, 하는 딱 티가 나는 구조물이 있어요. 그게 딱 우리 학교에 그런 구조물이 있다, 그러면 우리 학교는 내진성능이 확보돼 있구나, 라고 추론까지는 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진짜 그냥 건물 예뻐 보이라고 구조물을 지어놓은 것일 수도 있고 또 이런 공법 중에 건물 외부에 구조물이 안 튀어나오는 공법도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게 100%가 아니에요. 그래서 학부모나 학생들은 여전히 좀 불안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함을 좀 해소하기 위해서 교육청이나 교육당국에서 적극적인 태도로 이런 정보를 공개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앵커]
내진 확보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또 계속 예산도 쓰고 있고 공사도 하고 있으니까요. 하루빨리 내진 보강이 완료됐으면 좋겠고 다들 안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안주현 기자였습니다.


안주현 기자 snack@ynp.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