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자단] 조리원 일손 ‘태부족’…4명이 전교생 급식 만들기도

[앵커]

다음 소식입니다.

급식에서 벌레가 나온다.

반찬이 다 타버렸다.

급식이 부실하다면서 한 학교 학생들이 계속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급식이 부실한 이유가 따로 있었습니다.

밥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 천사백 명에 달하는데, 이걸 조리원 고작 네 명이 만드는 날도 있었다는 겁니다.

보도에 박준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국물 위에 벌레가 떠다닙니다.

바나나 속살은 검게 변해버렸고, 동그랑땡은 새까맣게 타버렸습니다.

감자볶음에는 폴리에틸렌이라는 글자가 딸려 왔습니다.

모두 같은 학교 급식을 찍은 사진입니다.

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에 학생들의 불만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급식의 품질이 최근 들어 크게 떨어졌다는 겁니다.

[ 우신엽 / 2학년 학생 “올해 3월 초에 맛이 한 번 달라졌습니다. 한 두 달 정도 있다가 반찬 가짓수가 줄기 시작하더니 그러고 나서 맛도 변했던 것 같습니다.” ] 

이유는 뭘까.

급식실은 급식을 받아야 하는 인원, 즉 식수인원이 지금의 조리원 숫자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밖이어서 그렇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전지역 고등학교 평균 학생 수는 629명 정도인 반면, 이 학교 급식실이 감당해야 하는 식수인원은 1,400명 정도로 평균의 두 배를 뛰어넘습니다.

결국 강도 높은 노동을 견디지 못한 조리원들이 줄줄이 퇴직과 이직을 결정했고, 정원인 열두 명에 한참 못 미치는 서너 명의 조리원이 급식을 관리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급식의 품질이 낮아졌다는 게 급식실 설명입니다.

[ 영양사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인력 보충이 안 돼요. 배식량도 잘 해야 하는데 여기 분들이 감을 못 잡는 거예요. 들쑥날쑥 줘버리는 거예요. 이물질도 마찬가지로 혹여나 나오는 것도 위생적으로 한다고 해도 외부 사람들이 와서 도와주다 보니까 거기에 따라서 위생도 좀 떨어지는 거고.” ]

해당 학교는 인력을 급히 충원했지만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닙니다.

구직자들이 식수인원이 유독 많은 해당 학교에 지원하기를 꺼리는 데다, 채용을 하더라도 언제 인원이 빠져나갈지 모르는 탓입니다.

[ 이용균 / 행정실장 “2024년도 1월 24일부터 5월 20일까지 모집 공고를 열 번을 냈습니다. (조리원을) 모집하는데 항상 인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고…” ]

조리원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거나 임금을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안정적인 급식실 운영을 꾀할 수도 있지만, 이마저도 교육청 규정을 따르다 보니 이 학교의 급식 부실 문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급식 문제.

학생과 급식실의 고충이 해결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박준우 청소년기자 @ynp.or.kr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 청소년기자단과 함께 만드는 ‘청소년 뉴스 LIVE’ 리포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