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개정 첫 공정회가 열린 어제(28일).
무대 앞에서 토론자가 발제를 이어가는데, 느닷없이 방청석에서 고성이 날아듭니다.
[ 방청객 “이건 아니야. 국민을 뭐로 알아. 개, 돼지로 아는 거야? ]
발제자는 이내 말문이 막혀버립니다.
사건의 발단은 며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새 교육과정 도덕교과 시안에 대해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양성평등’으로 고쳐달라는 요구가 일부 시민들로부터 나왔는데, 이 요구가 이번 시안에 반영되지 않자 이에 반발한 몇몇 시민들이 어제(28일) 공청회장 앞으로 모여 기습 집회를 벌였습니다.
[ 현장 관계자 “불법 집회입니다. 그러니까 실내로 들어가시면 될 거고.” ]
곧 이들이 공청회장 안으로 들어왔고, 연구책임자가 상황을 정리하면서 분위기가 잠시 잦아드는가 했습니다.
[ 박병기 / 한국교원대 교수 “도덕 교육의 핵심적인 목표 중에 하나는 시민윤리의 정립이고 시민윤리의 핵심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듣는 것이기도 하거든요.” ]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이들의 관심 밖의 주제가 나오자 딴지를 걸고,
[ 이재호 / 광주교대 교수 “(영역 배치) 그 부분에 대한 보완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방청객 “공청회는 언제 시작합니까?”
이재호 / 광주교대 교수 “네?”
방청객 “공청회 언제 시작합니까?”
방청객 “초월이 성평등입니까?”
이재호 / 광주교대 교수 “어 그래서…”
방청객“성평등 좀 확실히 얘기 좀 해 주세요.”]
자신들과 다른 의견에는 야유를 퍼붓고,
[ “성에 대한 다양한 모습이 있다…”
“어디가 다양해!” ]
토론자를 향해 근거없는 막말을 내뱉는가 하면
[ 방청객 “위장 학부모라고, 저 사람! 위장 학부모 그만 나와!” ]
결국엔 다른 방청객과 시비가 붙더니, 화를 참지 못하고 취재 중이던 기자를 폭행하기에 이릅니다.
[ 방청객1 “야 이 XX야. 언론인이면 네가 맘대로…”
방청객2 “안주현?”
방청객1 “안주현, 안주현. 사진 찍어. 너 뭐 하는 X이야.”
안주현 / 기자 “손 쓰지 마시고요.” ]
이런 상황은 4시간여 동안 이어졌습니다.
합리적인 토론이 오가야 하는 공청회 자리였지만 질서를 잃고 난장판이 된 겁니다.
공청회를 지켜보던 대학생 방청객들은 헛웃음을 감추지 못했고, 앞서 마이크를 손에 쥔 채 막말을 들어야 했던 학부모 토론자는 이성을 잃은 현장 분위기에 허탈해했습니다.
[ 정은정 / 학부모 대표 토론자 “그들로 인해서 공청회 본래 취지인 내용에 대한 충분한 숙의나 토론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게 가장 (안타깝습니다.) 교과서 안에서 저희가 생각했던 부족한 부분이나 이런 거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러 왔는데 그것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 아쉽습니다.” ]
공청회가 자주 열리는 행사도 아닌 만큼 공청회장 질서 유지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 신승준 / 한국교원대 윤리교육과 “발언을 끝까지 못 하겠더라고요. 장내가 너무 소란스러워서, 중간에 끼어들고 이런 게… 절차를 지키지 않으시거나 발언 수위가 과격하시거나 이런 경우에 대해서 퇴장을 시킨다거나 페널티를 드린다거나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하지만 이미 난장판이 돼버린 이날(28일)은 참여자들이 기대하던 공청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과 관련해 남은 공청회는 앞으로 열아홉 번.
시민들 의견을 더 잘 듣기 위해서라도 방청객들의 성숙한 토론 태도는 물론 주최측의 조치 또한 필요해 보입니다.
뉴스 라이브 안주현입니다.
안주현 기자 @newsliv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