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기록부 ‘셀프기재’ 만연…지침 위반‧불법

[앵커]

학교생활 내내 작성되는 학교생활기록부는 학생의 대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료입니다.

이러한 생활기록부를 학생이 직접 작성해서 기재하는 것, 이른바 ‘셀프기재’는 엄연히 현행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인데요.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이를 무시한 채 ‘기재되고 싶은 내용을 써와라.’, ‘오탈자를 찾아라.’ 등의 요구를 하며 학생이 직접 생기부를 보고 수정 및 작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안주현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한 고등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입니다.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영역과 창의적 체험활동 상황이 빼곡이 기재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은 교사가 작성한 게 아닙니다.

생활기록부 작성 마감 전 학생이 ‘생기부 참고자료’라는 문서를 제출했는데 실제 생기부 내용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같은 행위를 이른바 ‘셀프기재’라고 합니다.

교사가 학기말에 학생에게 생기부에 들어갈 내용을 적어 오라고 주문하면, 학생은 ‘참고자료’를 작성해 교사에게 제출하고 교사는 ‘나이스’에 그 내용을 그대로 입력하는 식입니다.

[ 고등학생 A “각자 자기 내용을 써 오라고 요구를 받았습니다. 생활기록부에 그대로 들어가니까 자기가 대학에 어필하고 싶은 부분을 강조해서 쓰라고 선생님들께서 말씀하셨습니다.” ]

하지만 ‘셀프기재’는 현행 규정 위반입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내놓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은 ‘생기부 서술형 항목에 기재될 내용을 학생에게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하는 행위’를 특히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 여운관 장학사 / 대전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이와 같이 지침이 들어간 이유는 학교생활기록부가 학생 성장과 학습과정을 상시평가, 또 관찰한 누가기록 중심 종합기록이기 때문에…” ]

그런데도 ‘셀프기재’는 학교 현장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입에 유리한 내용을 써 오라고 하면서, 실제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문장과 유사하게 작성하도록 종용한 교사도 있었고,

[ 고등학생 A “바로 생기부에 복사해서 붙여넣기 할 거라고 해서 선생님 입장에서 하는 말투로 쓰라고 요구를 받았고요. ‘~했음.’ ‘~에 두각을 드러내는 학생임.’ 이런 식으로 제삼자 입장에서 문장을 쓰라고 요구를 받았습니다.” ]

오탈자 정정을 학생에게 맡긴다면서, 대부분의 내용이 입력 완료된 생기부를 학기가 끝나기도 전에 학생들에게 보여준 학교도 있습니다.

[ 고등학생 B “저는 생기부 전체를 받았고 전체 대부분에서 (오탈자) 그런 걸 찾으라고…” ]

아직 작성 중인 생기부를 학생에게 보여주는 것 자체도 불법이지만, 교사가 객관적으로 해야 하는 생기부 작성에 학생 스스로 관여할 여지를 열어둔 겁니다.

몇몇 학교 교사들은 취재진과 통화에서 참고자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참고자료의 모든 내용을 생기부에 그대로 사용한 건 아니라는 설명도 있었고

[ D고등학교 교사 “<5‘20”> 그런데 제가 읽어봐서 이건 그 학생한테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다 싶으면 안 써 주기도 하고요.” ]

학생들에게도 생기부를 확인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 E고등학교 교사 “그렇다고 해서 그냥 확 (학년을) 올려보낼 수는 없고 해서 혹시라도 누락된 활동이 있다든지… 그것도 없이 하면 아무 것도 없이 깜깜이로 (평가하는) 거잖아요.” ]

그렇지만, 입시 자료이자 수정도 어려운 공문서인 만큼 공정해야 할 생기부 작성 과정에서 지침과 법률 모두 지켜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생기부의 신뢰성마저 의심케 만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뉴스 라이브 안주현입니다.


안주현 기자 snack@newsliv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