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크래프트, 청소년은 못 한다?…국회 ‘셧다운제 폐지’ 논의

[앵커]

세계에서 1억 장 넘게 팔린 게임, 마인크래프트.

청와대 어린이날 행사에서도 활용될 만큼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인기 있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더 이상 이 게임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어찌된 사연인지 MTN 심보선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샌드박스 게임 마인크래프트.

지난해, 청와대가 어린이날 행사를 이 게임 안에서 진행했을 만큼 초등학생들도 즐겨 하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이제 미성년자는 할 수 없는 게임이 됐습니다.

지난 2011년부터 시행 중인 셧다운제가 발단이 됐습니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방지하기 위해 16세 미만 청소년은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인터넷 PC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입니다.

게임을 운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셧다운제가 한국에만 있는 제도이다 보니 한국의 16세 미만 청소년을 걸러내기 위한 서버나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결국 셧다운제를 피해가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온라인 게임 전달 서비스인 Xbox Live는 한국에서 접속할 때 성인인증 과정을 거치도록 했습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14년, 마인크래프트 개발사인 모장을 인수했고

기존 모장 계정으로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을 플레이하던 미성년자는 성인인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계정을 만들 수 없습니다.

마인크래프트가 사실상 성인 게임이 되고 만 겁니다.

문제를 인식한 유튜버 ’김성회의 G식백과‘가 마인크래프트를 미성년자 계정으로 플레이할 수 없는 사태의 경위를 해설하는 영상을 게시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 김성회의 G식백과 “자바 에디션을 하고 있던 한국의 미성년자들은 더 이상 마인크래프트에 접속할 수가 없게 된다는 겁니다. 마인크래프트의 성인게임화 전 세계 200여 개 국가 중 우리가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되는 거죠.” ]

뒤이어, 마인크래프트 관련 커뮤니티 열 곳에서 공동 성명문이 발표되고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이용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소관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지난 2일, “마인크래프트 게임의 청소년 이용제한 방침은 게임사의 운영 정책에 의한 것”이라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리며 책임을 피해갔습니다.

그러면서도 셧다운제 개선방안을 적극 논의할 수 있도록 국회에 협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여성가족부 관계자 “셧다운제를 개선하겠다고, 예전에 국회에 법안이 발의됐으니까 충분히 협조하겠다고 한 바 있거든요? 셧다운제 개선하는 건 입법 사항이어서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돼서 개선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막기 위해 도입한 셧다운제.

매끄럽지 못한 시행으로 청소년들이 즐겨 오던 게임 하나를 잃게 했다는 지적입니다.

MTN 뉴스 심보선입니다.


심보선 기자 @newslive.or.kr
(영상편집 이준혁)


[앵커]

이번 논란에 대해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이용자 대부분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아예 셧다운제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습니다.

DCN 박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마인크래프트’를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초등학생부터 성인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반응이 나옵니다.

청소년들은 하루 아침에 마인크래프트를 이용할 수 없게 되자, 게임을 구매했음에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닥쳤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입니다.

[ 임재성(14세) “저는 이 사태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에서는 이거(마인크래프트)를 교육적 으로도 이용을 하는데 우리나라만 안 되고 그러면 또 교육적으로 이용을 못 하니까 조금 안타깝고 저도 슬플 거 같아요.“ ]

유튜브 댓글을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어이가 없다”, “EBS가 성인방송이 되는거랑 뭐가 다른 거냐”, “초등학생들이 불쌍하다” 등 이번 사태에 비판적인 모습이 주를 이뤘습니다.

한편 일부 인터넷 이용자들은 마인크래프트의 청소년 이용불가 사태를 비꼬면서 청소년을 향한 혐오 표현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부모님 계정으로 게임을 할 것이다”, “성인 인증을 뚫는 방법을 찾느라 바쁠 것”이라며 저연령층을 비꼬거나, 초등학생들을 비하하기 위해 멸칭을 사용하기까지 합니다.

이번 사태로 마인크래프트를 할 수 없게 된 16세 미만 청소년들에 대한 혐오 수단이 되기도 하는 겁니다.

국회에서는 아예 국내 마인크래프트 청소년 이용 불가 논란의 발단이 된 청소년보호법을 손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셧다운제를 둘러싼 여러 개정안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발의돼 상임위 심사에 들어갔습니다.

민주당 전용기, 권인숙 의원과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안은 셧다운제 완전 폐지를, 민주당 조승래, 강훈식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안은 자녀의 게임 시간을 부모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온라인 정책세미나를 열고 셧다운제가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 허은아 / 국민의힘 의원 “헌법정신에도 부합하지 않고 실효성도 뚜렷하지 않은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까 이러한 부작용들이 자꾸 나타나게 되는데, 일방적으로 틀어막기만 하는 규제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

소관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이전부터 셧다운제 완화를 위한 논의를 추진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 김셩선 / 여성가족부 차관 (지난 20일, KBS ‘오태훈의 시사본부’) “마인크래프트 사건 때문에 (논의를) 한 건 아니고요, 지속적으로 규제 완화 차원에서 논의가 돼 온 상태였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셧다운제를 폐지해 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해 12만여 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습니다.

한편, 일부 중독 관련 학술단체와 시민단체들은 “마인크래프트 사태가 셧다운제로 인한 것이라는 건 황당한 주장“이라며 셧다운제 폐지를 반대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마인크래프트 성인화 논란’ 이후, 10여년 동안 시행된 ‘셧다운제’ 존치 여부까지, 시민사회와 정치권 곳곳에서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시미 박민입니다.


박민 기자 @newslive.or.kr
(영상편집 이용현)